누메네라 감상
최근 시간이 되어 누메네라를 여러 번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중편을 플레이 중이고 어제는 단편 플레이를 해 봤는데, 그동안 느낀 감상 몇 가지입니다.

1. 기이함을 즐겨라 

<누메네라>의 핵심 재미는 경이로운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을 즐기고 경험하는데 있습니다(경험치 주는 방식에서 그 사상이 잘 나타나 있지요). 누메네라를 짧게 표현하자면 “발굴 탐사 RPG”라고 생각합니다.

아홉 세계의 역사나 사회체계 등은 책의 분량에 비해 느슨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게 의도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하게 설명할수록 신비감이 사라지면서 플레이어들이 파고들 영역이 줄어드니까요.

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누메네라의 캠페인 주제는 “세월 속에 잊힌 과거의 신비를 발견해, 그 일부라도 현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현재를 바꿔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누메네라에서도 참고 자료로 소개되어 있지만, 그래서 저는 특히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이 누메네라와 무척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묘사해라, 설명하지 말고(“Show, don’t tell.”)

책에서도 강조되었지만, 누메네라에서는 특히 “Show, don’t tell” 기법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이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상상할 수 있도록 묘사를 풍부하게 해 주세요. 누메네라는 AWE 기반의 RPG만큼이나 묘사가 중요합니다. AWE처럼 묘사 자체가 규칙과 연관이 되어있을 뿐 아니라, “경이로움”을 나타내려면 생생한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3. 고정 관념 버리기, 특히 사이퍼를 사용할 때는!

누메네라는 플레이어들도 마스터만큼이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특히 플레이어가 상상력을 가장 크게 발휘해야 할 부분은 사이퍼 사용법입니다. 누메네라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특히 전투 부분은) 사이퍼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재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사이퍼가 과거 어떻게 사용되었든 지금은 플레이어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서 여러 용도를 개발해 보세요! PC들 손에서 사이퍼가 부족하다면 그건 마스터 책임입니다. 사이퍼는 펑펑 쓰면서 이야기를 만들라고 있는 거니까요.

4. 누메네라를 즐기는 데 가장 필요한 사항 : 관련 작품

제 편견일 수도 있지만, 누메네라는 어느 정도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즐길 “문화적 토양”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메네라는 그냥 단순한 던전 판타지가 아닙니다. “10억 년 후의 우리 세계”를 그린 SF에 더 가깝지요. 물론 그냥 단순하게 즐길 수도 있지만, 참고자료 항목에 있는 것처럼 “최신 기술은 물론, 머나먼 미래에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해 전망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누메네라를 재미있게 플레이하려면 참고 자료에 있는 자료들을 우선 즐기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로 소개된 작품들만 즐길 수 있더라도 충분합니다. 누메네라를 샀으면, 무조건 플레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소개된 작품 중 몇 가지 정도는 꼭 보세요!

by Wishsong | 2015/08/06 16:42 | RPG | 트랙백 | 덧글(2)
비커밍 : 영웅의 여정, 그리고 치러야 할 희생.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RPG 중 하나를 읽었습니다.

오늘 읽은 RPG는 영웅이 길을 떠나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희생을 치르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비커밍(Becoming : A Game of Heroism and Sacrifice)입니다. 비커밍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네 명이 즐기는 RPG이며(물론 옵션 규칙을 적용해 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중 한 명은 영웅이 되고, 다른 세 명은 운명이 되어 영웅의 여정을 가로막습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폴라리스와도 비슷한 면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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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세 명의 운명이 가련한 영웅을 서로 한 대라도 더 때리려고 아우성치는 게임)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게임은 기본적으로 장면별로 나뉩니다. 장면마다 운명들은 돌아가면서 한 명씩 ‘위험의 화신’이 되어 영웅과 직접 겨루고, 나머지 두 명은 ‘유혹자’가 되어 영웅을 돕는 대신 대가를 제안합니다. 위험의 화신은 각 장면의 주요 마스터 역할을 하며, 유혹자는 NPC 중 한 명이 되어 영웅을 유혹합니다.

2. 위험의 화신이 장면을 열고 영웅에게 시련을 던지면, 영웅은 자신이 가진 이점(미덕, 힘, 동료)를 동원해 이에 대항합니다. 위험의 화신은 이미 타락시킨 이점에서 보너스를 받습니다. 유혹자는 기본적으로 위험의 화신을 돕지만, 영웅이 자원 중 하나를 자신에게 바치는 대가로 영웅을 돕겠다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3. 판정은 다이스 풀 방식으로, 판정에 동원한 이점에 따라 주사위를 모아 6 또는 5가 많이 나온 쪽이 이깁니다(먼저 6의 개수를 비교한 다음, 동수일 때 5의 개수를 비교합니다). 판정에서 승리한 측이 나머지 장면을 서술합니다. 영웅이 이기면 자신이 건 이점을 좀 더 강화할 수 있으며, 위험의 화신이 이기면 영웅이 판정에서 건 이점들을 점점 타락시키거나 걸지 않은 이점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유혹자들은 영웅과의 거래에 따른 결과를 받습니다.

4. 게임은 기본적으로 총 아홉 장면으로 구성됩니다.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장면이 끝난 다음 점수계산을 합니다. 영웅은 자신이 지킨 이점과 강화한 이점마다 일정 점수를 받고, 각 운명은 자신이 빼앗거나 타락시킨 이점마다 점수를 받습니다. 이 중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하여 이야기의 결말을 서술합니다.

비커밍에서는 몇 가지 여정을 일종의 플레이 무대처럼 소개하고(물론 만드는 방법도 소개했습니다), 여정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를 하는 방식입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한 편의 영웅담이 만들어지겠지요. 영웅이 여정 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무엇을 희생했는지, 결국에는 여정을 완수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물론 중간에 모든 이점을 빼앗기면 그 시점에서 여정이 끝납니다).

비커밍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영웅의 이야기를 구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무척 관심이 가는 RPG입니다. 언제 한번 사람들을 모아 플레이해보고 싶네요.

by Wishsong | 2015/07/26 01:13 | RP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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