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리플레이 - 별이 지다 1화

starfall01.html

리플레이 자료는 로키님의 블로그 http://www.lokasenna.pe.kr/rpg/2128060 에서 따왔습니다.


1. 사전 소개

폴라리스(Polaris)는 벤 레만이 제작한 인디 RPG로, 3~5인의 참가자가(기본적으로 4인) 플레이하는 시스템입니다.

폴라리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의식 언어의 사용 
나. 참가자의 역할 분배
다. 비극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

폴라리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역시 로키님의 블로그(http://lokasenna.pe.kr/rpg/2127657)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국가의 건설은 수정주의 역사(http://lokasenna.pe.kr/rpg/2127868 참조) 규칙을 이용하여 진행한 캠페인입니다.(http://lokasenna.pe.kr/wiki/nation_building/start 참조)  요정과 마법사, 축복받은 극소수의 인간들이 다스리던 제국, 그리고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인간들의 전쟁과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2. 요약

이번 플레이에서는 네 가지의 이야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

마음 - 뱀프(레드리스)
달그늘(후회) - 오승한(루오르 아마란타)
보름달 - 로키(나이하라)
그믐달 - 엔(아르테미시온)

요정군주 레드리스는 요정들의 성지 아르베스의 정원에서 황녀 아르테미시온과 마주칩니다.  아르테미시온의 요청으로 둘이 막 아르베스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기려 할 때, 제국의 젊은 대신 루오르 아마란타와 레드리스의 사촌형 나이하라가 둘을 가로막습니다.  레드리스는 분노를 하지만 아마란타는 냉정하게 아르테미시온을 황제의 무도회로 끌고갑니다.  나이하라는 아르테미시온이 후계자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리며 그녀와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하고, 레드리스가 괴로워하는 가운데 불길한 붉은 비가 내립니다.

 
두번째 이야기 :

마음 - 오승한(핀웰)
달그늘 - 뱀프(무명전사)
보름달 - 엔(요정기사들)
그믐달 - 로키(요르문트)

요정기사 핀웰은 도적들의 마을에 요정들의 사냥, 와일드 헌트(Wyld Hunt)를 실시합니다.  그의 인간 심복인 요르문트는 마을을 공격하는 것을 망설이지만 핀웰은 거침없이 동료 기사들과 함께 마을을 습격합니다.  마을의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싸우지만 결국 요정기사들의 힘에 밀려 살육됩니다.  요르문트는 한 모자를 풀어주다가 발각되고, 핀웰은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르문트의 간청대로 그들을 살려주는 대신 요르문트에게 미래에 자신의 요구 세 가지를 들을 것을 맹세하게 합니다.


세번째 이야기 :

마음 - 엔(스즈)
달그늘 - 로키(세이야)
보름달 - 뱀프(레드리스)
그믐달 - 오승한(렌)

첫번째 이야기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레드리스의 대녀인 스즈는 약혼자 세이야가 자신의 오라비이자 연인인 렌을 죽이는 광경을 지켜봅니다.  세이야가 명예와 질투심으로 스즈를 죽이려는 찰라, 레드리스가 나타나 세이야를 막습니다.  레드리스는 렌의 죽음은 병사로 처리하고 시체는 화장하도록 지시합니다. 스즈는 렌과 사랑을 속삭이던 이니스 강변으로 홀로 떠납니다.


네번째 이야기 :

마음 - 로키(펜나르)
달그늘 - 엔(카라)
보름달 - 오승한(자비에르)
그믐달 - 뱀프(자비에르의 아들)

펜나르가 지켜주고 있는 인간 중 하나인 자비에르가 펜나르에게 달려와, 자신의 아들이 '꽃의 부인' 카라(펜나르의 부인이자 적대자인) 에게 납치되었다고 말합니다.  펜나르는 자비에르를 데리고 카라에게 가서 자비에르의 아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나 카라는 환술과 유혹을 통해 펜나르를 굴복시킵니다. 욕망의 노예가 된 펜나르는 카라를 안고, 카라는 마법으로 자비에르의 몸을 조종하여 그의 아들의 목을 조르게 합니다.  자비에르의 절규와 저주가 숲을 채우는 가운데 펜나르는 카라와 뜨거운 사랑을 나눕니다.


3. 감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이토록 몰입해서 할 수 있었던 플레이는 참 오랫만이군요.

이렇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폴라리스의 룰적 특징 - 즉, 기존 RPG 플레이의 형식(파티 플레이, 연대기순 시간의 흐름)를 벗어나 원하는 장면 하나하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참가자들이 장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인해 참가의 재미가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로키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기 캠페인에서 일반적인 참가자들이 연출하기 바라던 장면이 한 플레이 내에서 모두 튀어나왔다." 라는 거지요.

비유를 통해 비교하자면, 기존의 RPG는 기-승-전-결이 이어지는 '역사 소설'입니다. 일반적으로 역사 소설의 이야기는 처음에서 끝, 과거-현재-미래로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어떠한 사건이 있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서사가 필요합니다.  용사의 검을 얻기 위해서는 계시를 받은 후 사막을 모험해야 하고,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마왕성을 휩쓰는 등의 선행절차가 필요하다, 라는 거지요.

반면, 폴라리스는 '뮤직비디오'에 가깝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야기의 연속적인 흐름보다는 장면 하나하나를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  서사의 비중은 약해집니다(물론 시간의 흐름은 과거-현재-미래).  첫번째 장면에서 용사의 검을 얻었다면, 중간과정은 거두절미하고 다음 장면에서는 마왕과 싸울 수 있고, 다음 장면은 몇 십년의 시간이 지나 마왕의 아들과 싸우는 장면을 그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참가자들의 캐릭터 사이에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저 같은 세계 속에 사는 공통적 문화권의 인물들일 뿐입니다.  위의 플레이의 경우, 네 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사이에는 '멸망할 운명에 처한 요정들'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아무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그리고 몇십년 후를 배경으로 한 세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레드리스는 실질적으로는 다른 인물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항상 이러한 플레이 방법을 모든 분위기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폴라리스에서 생략되어 있는 '중간 단계(특정 장면을 만들기 위한 선행 조건과 인과 관계)' 자체가 충분히 의미있는 플레이가 될 수도 있으며(특히 모험의 비중이 큰 플레이의 경우에는 더욱), 공통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였을 때는 전통적 RPG 방식이 더욱 어울리니까요. 

플레이 내용도 무척 색다르더군요.  폴라리스의 테마 자체가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숙명적인 비극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 RPG에서 나올 법한(플레이 내에서의) 유쾌한 분위기나 유머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애틋하고, 탐미적이며, 우울하고 퇴폐적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네번째 이야기에서 아버지가 아이의 목을 조르게 하고, 그 옆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이번 플레이 같은 경우는 첫번째 플레이인만큼 몸풀기에 가까웠습니다.  또한 플레이 전부터 '맨 처음은 이런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기존 폴라리스 플레이에서 나오는 대립(마음 - 달그늘 간의) 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장면을 도와주는 분위기로 나아간 감도 있지요.  참가자들이 모두 자신이 바라는 장면을 한 번씩은 연출한 만큼, 다음 번에는 상대방을 더욱 비극으로 몰고 가는 갈등 대결이 더욱 부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y Wishsong | 2008/01/07 13:50 | RPG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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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키 at 2008/01/07 23:53
좋은 분석이네요. 특히 폴라리스는 뮤직 비디오에 가까운 연출을 한다는 비유가 마음에 듭니다.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뮤비이지만 (?)) 룰에 의해 플레이 형태와 이야기 자체가 이렇게까지 달라진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1/10 00:45
로키 / 이전에 세션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룰은 도구의 역할을 하는것 같아요. 망치로는 못 박는 게 쉽고, 드라이버로는 나사를 조이는 게 쉬운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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