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d, Geek, Otaku, 기타 소수를 대하는 자세.
어제 로키님과 이야기할 때 잠깐 나온 이야기인데...

'우리는 주위의 이해할 수 없는 Nerd, Geek, Otaku, 기타 소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나 역시 저 부류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1.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예의바르게 무시하고 관심을 끊는 것.  가장 편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물론 평생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은 내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무시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맞부딪힐 일도 생길 것이다.  그때,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더 큰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2.
흔하게 나오는 모범적 대답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 이다.

하지만, 정말로 당신은 타인에 대해 이해가 가능한가?  나는 저 사람이 왜 저리 쓸데없이 옷깃을 오른쪽으로 세우는지 왼쪽으로 세우는지 영문을 모른 채 비웃을 수도 있고, 저 사람은 내가 미소녀 러브코메디 애니를 보고 하악하악대는 걸 혐오감 느낄 수도 있다.  그런걸 막기 위해, 나는 정말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옷깃 세우는 방법을 배우면서 저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야 하며, 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미소녀 애니 3기까지 다 보면서 '아아.  좋아할만 하구나' 라고 서로를 이해해야만 하는가?  아니, 그렇게 시늉이라도 내는 게 가능한가? 

애니나 만화 등의 매체에 곧잘 나오는 패턴 중 서로를 이해못하는 두 사람의 몸이 어떤 이유로든 서로 뒤바뀌어서,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아아, 저 사람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겠다' 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과연 단 하루나 단 몇 시간 상대방의 문화와 생활을 접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경우에는, 서로에 대한 혐오감만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당신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나?


3.
그렇다면 "옳은 길로" 바로 잡아 줄 것인가?

아마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부류의 전형적 사례일지도 모른다.  오직 자신이 옳다는 독선적 생각 아래 상대방을 무조건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  최소 마음이 상하는 것부터, 최악으로는 사상 간의 싸움이 일어나겠지.


2.6
내가 생각하는 답안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서" 내 방법을 취하면 상대방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참을성있게 보여주면서, 그와 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적인 이익을 보여주면서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 쪽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양쪽 모두가 말이다.

예를 들어 옷깃을 세우는 사람 같은 경우는 나를 설득하려면 "옷깃 세우는 방법에 따라" 사회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어쩌면 내가 홀려있는 애니 속의 미소녀보다 더 멋진 미소녀를 만날 수 있을 수도 있고 하다못해 사회에서 성공해서 미소녀 애니를 잔뜩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고 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나는, 에, 미소녀 애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교 생활에서 쌓이고 쌓인 내적 욕망을 건전하게 분출할 수 있고 좋은 수단이라고 설득해야 할까(...)

서로간의 다른 모습을 보고 분노할 필요는 없다.  그가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나를 닮아가도록 떡밥을 던져라.  모범이 되고 그의 존경을 얻어라.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소한 것은(내가 동조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모습을 닮아라.

결국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2번과 3번의 사이, 그 중에서도 3번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끊임없는 설득과 타협, 그리고 서로간에 일어나는 동화.  사상과 이념 간의 '온화한' 힘겨루기.



by Wishsong | 2008/03/17 23:11 | 나와 주변의 일.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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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키 at 2008/03/18 06:55
저한테 직접 영향이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1.5 정도. 다만 저한테 '이해'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나도 좋아하는 의미의 이해가 아니라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하고 다르구나 하고 지나가는 의미죠. 관계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신념이나 취향은 범죄적인 것만 아니면 자율의 영역인데 교화해야 할 것 같지는 않아요.
Commented by 로키 at 2008/03/18 06:57
그리고 제 생각에 저는 기크 맞고, 그 점을 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죠..ㅡㅡv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3/18 09:20
로키 / 저는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 등이 사라져야한다고 봐요(그렇지 않고서는 외면, 혹은 일방적인 인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에게 어떻게든 부딪혀서 마음에 안드는 점을 고치든지, 혹은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든지, 양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제 3의 방안을 마련하든지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어요(http://www.donga.com/fbin/output?f=f__&n=200803170273). 영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인데, 부모와 10대 자녀 사이에 말다툼이 잦을 수록 오히려 더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는군요. "당장은 자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 몰라도 다투는 과정에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서로의 시각을 더 잘 이해하게 돼 부모자식간 간격은 더 좁혀진다" 라네요.

저는 요즘에 제가 기크인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귀차니즘에 시달리는 평범한 범인이 아닐까(...)라고 고민(?)중입니다.
Commented by Realkai at 2008/03/18 09:55
귀차니즘에 시달리는 평범한 범인... 으하하하하하하
Commented by lhovamp at 2008/03/18 11:59
개인적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관점을 택하려 합니다. 그는 원래 그렇고 -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면모가 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친구 - 혹은 가족이나 연인, 혹은 동료 - 라는 사실에는 하등의 문제도 없다는 거겠죠. 1번의 조금 다른 버전이겠네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3/18 18:22
Realkai / 요즘 그런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lhovamp / 물론 하등의 문제는 없겠지만야.... 나는 양 쪽이 서로에 대한 불만사항이라든지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Commented by 로키 at 2008/03/19 00:34
저도 뱀프님과 비슷한 생각. 그리고 불만을 얘기하기보다는 질문과 탐색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전자가 자신에게 상대를 동화시키려는 과정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불만 자체를 되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차이가 있겠죠. 일방적인 인내가 비생산적이라는 데는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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