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달 - 일상물 캠페인에 대한 생각

최근 로키님, 뱀프님, 광열님과 한달간 메이지 유신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도쿄의 달> 캠페인을 완료했습니다.

  • 캠페인 명 - 도쿄의 달
  • 캠페인 시스템 - 안방극장 대모험
  • 캠페인 기간 - '08.3.7 ~ '08.4.11 (매주 금요일)
  • 참가자 - 오승한, 로키, 뱀프, 백광열


<에피소드> (각각의 화를 클릭하면 리플레이 포스트로 이동합니다.)

기획, 제작과 시범 방영
1화 - 움직이는 시간
2화 - 봄날의 벚꽃
3화 - 기로(岐路)
4화 - 희생
5화 - 어제와 오늘,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캠페인은 무척 의미가 깊었습니다.  요근래 들어 오랫만에 겪은 중편 캠페인이었고,  몇 번 해보지 못한 역사물(?) 중 하나였으며,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RPG로 해보았다는 점입니다.  그 와중에 몇몇 느낀 바를 적어봅니다.




1.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로키님의 글을 빌리자면, "작은 마을에 소학교 하나 세우느라 투닥투닥하고 두 청년이 도시의 게이샤와 소문이 무성했던 것 뿐" 이었던) 캠페인에는 전통적 캠페인의 핵심인 활극(전투와 액션씬)이 드뭅니다.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킬 화끈한 요소가 부족하다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충당해야 할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PC 자신의 이야기'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봅니다.   



2. 공통의 이야기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꾸미기 위한 것. 

물론 전통적 캠페인에 PC의 이야기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상물 캠페인에서 드러나는 PC의 개인적 이야기는 전통적 캠페인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비중이 커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전통적 캠페인(예를 들어, 모험물)에서는 PC가 '일행'을 이루어 그들에게 주어진 공통적 과제를 해결합니다.  PC들의 개인적 이슈는 이 공통적 과제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찔러라" 라는 큰 줄기가 있으면, 캐릭터의 이야기는 그 줄기에서 뻗어나온 부차적인 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왕은 우리 부모님의 원수"  "마왕을 잡는 일을 완수하고 부마가 될거야."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 마왕을 물리치는 건 평생의 숙원"  "가짜 마왕이 내 행세를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  PC들의 이야기는 마왕을 무찌르자는 커다란 테마에 생동감을 불어주고 참가자들로 하여금 좀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하는 "사이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캠페인에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큰 줄기(공통의 이야기)에서 뻗어나온 가지이며, 잎사귀이다.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공통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치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일상물 캠페인에서는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가 캠페인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전통적 캠페인에서는 큰 줄기에 연관되어 있는 각종 사건과 임무를 통해(전투, 모험, 신전 탐사, 여신과의 만남, 왕과의 교섭) 캠페인이 움직이는 동력을 얻는 반면, 일상물에서는 캐릭터 각자의 이슈와 목적에 연관되어 있는 일들을 통해(사람들에게 신식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마을에서 교육을 베푼다, 부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기생이 된다.  등등...) 캠페인이 생명력을 얻습니다.  물론 일상물에서도 공통적인 과제가 있습니다(학교를 짓는다).  하지만 일상물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과제는 전통적 캠페인과는 달리 ① 캐릭터들의 이슈와 목적을 돋보이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 ("신시대의 개혁이라는 내 캐릭터의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해 학교를 짓겠어!) ② 전통적 캠페인에서의 '일행 만들기' 없이 캐릭터들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구실 ("캐릭터 A가 학교를 짓는 일에 협력하면서, 동시에 부자집 아이들이 다녀서 돈을 많이 쓰도록 만들겠어!"  "내 비록 기생이긴 하지만 가족들마저 이렇게 만들 수는 없지.  내 동생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어!)  을 합니다.

즉, 일상물 캠페인에서 공통의 과제는 '캐릭터라는 넝쿨들을 하나로 모아 캠페인의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물 캠페인에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공통의 과제를 통해 하나로 뭉쳐지고 그 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넝쿨(캐릭터의 이야기)이지, 지지대(공통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공통의 이야기는 필수적인 요소이나, 전통적 캠페인과는 그 역할이 다르다.



일상물 캠페인에서 갖춰야 할 참가자들의 자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이 더 정리되었을 때 올리겠습니다.
 
 
 
by Wishsong | 2008/04/15 14:50 | RPG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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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The Adamantine W.. at 2008/09/04 13:29

... 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이전에 안방극장 대모험을 마스터 없이 플레이해 보았는데, 나름 성공적으로 플레이를 마쳤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http://wishsong.egloos.com/3702682 참조) ... more

Commented by 로키 at 2008/04/15 22:57
그림까지 들어서 대조하니 더욱 실감이 나네요. 확실히 RPG는 모험물이 대세인데, 그 원인에는 향유층 (거의 젊은 남자), 규칙 (전투 등 모험 중심), 진행의 편의 (일행을 이뤄서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게 모험) 등이 있겠죠.

또 생각할 수 있는 이유라면 구질구질한(?) 일상 속의 감동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브론테 자매와 제인 오스텐 정도의 차이일까요. 샬럿과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에 나오는 굵직굵직하고 극적인 사건이 끌어내는 감정에 비해 소소한 일상에 흐르는 기류를 날카롭게 잡아내는 오스텐의 통찰력은 좀 더 미묘한 감동이죠. 당연히 브론테 자매를 평가절하할 수야 없지만요.

그와 관련해서 이전에 승민님 블로그글 ( http://blog.naver.com/ryungrig/80050650791 )에서 승민님과 댓글로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여자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미모를 깔고 들어가는 현상 역시 일상물이 어려운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빼어난 외모라든지 피끓는 활극에 비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매력, 조금 더 시간과 관심을 들여서 보아야 깨달을 수 있는 의미... 그것이 어떻게 보면 일상의 구질구질함과 미녀가 아닌 보통 여자의 매력처럼 '일상의 감동'이라는 거겠죠.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4/15 23:50
로키 / '일상의 감동'이라. 확실히 일상물은 피끓는 활극에 비해 좀 더 다루기는 어렵지만, 잘 된다면 이번에 했던 도쿄의 달과 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다음에도 성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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