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소재에 대한 생각 (폭력과 고문)
놀이문화와 남녀, 불편한 소재에 대한 생각

어제 플레이에서 바로 이런 경우를 겪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 때문에;

플레이 중,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확한 정보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NPC에 대해서 제 캐릭터인 게렌이 고문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때 제가 고문에 관련한 '농담'을 하자, 로키님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 끝난 다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로키님 뿐만이 아니라 같이 플레이를 한 석한님도 폭력이나 피비린내나는 것들에 대한 농담을 듣는게 꽤 불편하다고 고백을 했고, 나중에는 마스터(광열님)까지 이전에 제가 마스터링을 했을 때 나왔던 몇몇 장면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놓으시더군요(...)

사실 그런 농담을 지금까지 즐겨 했던 것은 숨겨진 본성을 분출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무거워질 수 있는 플레이 내용에 대응하여 플레이어들 간의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한 의도가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농담으로 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제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로키님이 예로 들은 뱀프 LARP 같은 게 가장 좋은 사례겠죠.)

그래서 이번에 느낀 것은, 불편한 소재로 벌어지는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그 소재가 다루어진 것 자체보다는 플레이어가 거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 대한 모독 같은 것은 게임 내에서 분명 다루어질 수 있는 이슈들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까지 그런 문제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면 같이 플레이하는 기독교 신자로서는 썩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게렌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느 정도는 '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슷한 장면이 종종 더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로서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에 좀더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겠습니다.  반대로, 타인의 경향에 대해 불편한 것을 느꼈다면 로키님이나 석한님처럼 플레이어로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야겠지요.  이후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위한 변명을 한 번 더 하자면 - 원래 그 장면에서 처음부터 고문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분명히 첫 선언은 심문 : [협박]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흐지부지되어 버려서 엉겁결에 고문으로 넘어가버렸다고요!)

 
by Wishsong | 2008/05/26 11:11 | RPG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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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The Adamantine W.. at 2008/09/22 19:48

... 은 이야기를 킬킬 거리면서 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퍽퍽 맞고, 잠시 후에 다시 농담하고, 다시 맞고(...) ) 이전에도 비슷한 일로 인해 반성문을 쓴 적이 있었지만 그 수위는 조금 낮아질지언정 빈도는 더 늘은 것 같습니다;그 원인을 짧게 분석해보면 : 폭력 영양소가 부족합니다. 좀더 피바람나는 플레 ... more

Commented by 時雨 at 2008/05/26 11:41
음... 뭐 언제나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요... 너무 캐릭터에 몰입해 현실을 무시하면 곤란하니까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5/26 17:47
역시 문제는 '적정선'의 기준인 것 같아요. 캐릭터와 일체화하는 건 좋지만, 그런 와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쾌함을 줄 수도 있죠. 이번 경우는 몰입의 문제보다는 민감한 소재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태도 때문에 일어난 것이기는 하지만요...
Commented by mattathias at 2008/05/26 11:43
고문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담담하게 요약하여 선언하는 것도 괜찮겠죠.
세세한 묘사가 실감나는 역할 연기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캐릭터들의 성적인 행위에 대해 세세히 묘사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간단히 말해, 깊이 파고들어봤자 재미가 없는 부분이니까?)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5/26 17:50
그렇게 본다면, 그냥 '고문할래요.' 로 끝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느냐 보다는 했느냐/안했느냐 자체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번 같은 경우도 '고문을 어떻게 했느냐' 보다는 'PC가 고문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그 캐릭터를 맡은) 플레이어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가 더 문제였으니까요.
Commented by lhovamp at 2008/05/26 15:13
사실 저는 그다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습...(퍽퍽)

한편 서로간의 마지노선을 확인한다는 건 참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고문 같은 장면에 대해서는 - 유쾌하지는 않지만 - 딱히 심하게 불쾌한 소재는 아니었어요. 평상시의 농담은 꽤나 심했습니다만. (흑흑)

그나저나, 왜 누구는 아이디고 누구는 실명이에요! (버럭)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5/26 17:52
다시 생각해보니, 평상시에 그렇게 잔혹한 농담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이것이 바로 뺨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하는 것?)

그리고, 석한이는 석한이니까. 또 어떻게 부르겠어(...)
Commented by lhovamp at 2008/05/26 19:56
식인이라던가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했잖아요 -_-+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5/27 14:12
역시 기억이 안나(...) 작년에 그런 이야기를 하긴 했던가(...)
Commented by 로키 at 2008/05/27 12:47
그 부분은 일행 간 좋은 갈등의 갈등 소지도 되고 결과적으로 잘 풀렸다고 생각해. 그때는 무엇보다 일행하고 대립하는 것하고 고문의 공범이 되는 것 중에 선택해야 했다는 점이 (즉 어느 정도는 공범 역을 강요당했다는 느낌이)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 나한테는 민감한 문제인데 농담하는 것도 말한 대로 좀 그랬었고. 서로 마지노선은 확인했으니 앞으로 인물들이 어떻게 교류하고 변해갈지 지켜보는 게 재미겠지.^^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5/27 14:34
결과적으로는 좋게 끝났지만, 그때 당시는 정말로 "뜨끔!" 했어.

여하간,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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