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과 그 적들(?)


최근 RPG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소식 중 가장 큰 것을 들자면 (게리 가이각스 씨의 별세를 제외하고는) 역시 D&D 4th의 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전에 PDF본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현재는 매우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D&D 3rd에서 4th로 바뀌면서 변경된 점 중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저작권이 개방된 규칙(Open Game Licence)에서 폐쇄된 규칙(Game System Licence)"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 차이점은 양 체제의 SRD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전의 OGL 시절에 나온 SRD가 D&D라는 제품의 작동 원리가 담긴 설계도였으며 서드파티들이 이 자료들을 마음대로 사용/개조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SRD는 훨씬 더 경직된 "법률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D 4th에 참여하는 서드파티들은 SRD에서 허용하는 형식과 규칙대로만 자료를 만들도록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 

또한 서드 파티는 더 이상 D&D 규칙을 변형한 독자적인 게임을 만들 수 없으며, 위저드 사는 서드 파티가 만든 서플리먼트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너무 폭력적/너무 선정적/현실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릴 경우) GSL을 허가해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이야기했듯, GSL로 어떤 자료를 만들 경우(예 : OOO 캠페인 세팅 2), 그 자료와 관련된 이전 및 현재 OGL 자료(OO 캠페인 세팅 1 같은)들은 모두 절판시켜야 하며, 그 자료, 혹은 후속작(OO 캠페인 세팅 3 같은)들을 다시 OGL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3rd 시절보다 훨씬 불공평해진 조항은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Green Ronin이나 Paizo 등 과거 D20 시장에서 크게 활약을 했던 몇몇 회사들은 불참을 선언하였으며, 제일 먼저 GSL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던( http://wishsong.egloos.com/3714546 ) Necromancer Games의 Clark Peterson 씨조차 "이대로는 참여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 http://necromancergames.yuku.com/topic/9828 )

그럼에도 불구하고, "D&D이기 때문에" 점차 많은 서드파티들이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GSL 체제에 참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http://www.enworld.org/forum/showthread.php?t=239026 )


몇몇 회사들은 제 3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Hackmaster와 Kingdom of Kalamar 등을 만든 Kenzor & Company는 지난 7월 D20으로 만들었던 캠페인 세팅이었던 Kingdom of Kalmar 캠페인을 4판으로 내놓은 캠페인 세팅 북을 발표했습니다( http://www.kenzerco.com/product_info.php?products_id=625 ).  GSL에 따르면, "D&D 4th에 참가하는 서드파티들은 10월 1일부터 판매가 가능하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켄저 사는 어떻게 이 제품을 내놓았을까요?  답은 "GSL에 참여하지 않은 채 4판 자료를 내놓았다" 입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D20 서드파티였던 Adamant Entertainment는 Venture 4th라는 브랜드로 D&D 4th 관련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 http://adamant.rpgnow.com/index.php?cPath=272_4508 )  이들 회사는 이 제품들에 D&D 딱지를 달지 않은 채, "이 책을 쓰려면 D&D 4th가 필요하다" 라는 말만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점.

 "불법 아니냐?" 

여기에 대해서, 과거 선례로만 본다면 "글쎄"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TSR가 있던 시절, RPG회사 중 하나인 Palladium 사는 AD&D와 무척 흡사한 규칙을 사용하는 RPG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TSR이 저작권 침해로 Palladium을 고소했지만, 판결이 나기전에 고소를 철회했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TSR은 판결에서 자신들이 패소할 확률이 높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여기에서 지게 된다면 이후 유사한 자료들이 쏟아져나오겠지만, 지금 판결이 안 난 채로 철회를 하면 다른 회사들에게는 여전히 'TSR이 고소를 할 수 있다'라는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철회하였다."  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Kenzor & Company 사의 사장인 David Kenzor 씨가 저작권 관련 변호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히 법적 분쟁에서 유리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지요.

D&D 4th의 서드파티 시장은 (위의 두 회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말부터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참여하고, 얼마나 많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건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Kenzor나 Adamant와 같이 '제 3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기대됩니다.

by Wishsong | 2008/08/20 15:34 | RPG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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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時雨 at 2008/08/20 17:31
뭐 위저드사도 D&D 4th 룰북은 별도로 구해서 하라는 수준의 것에는 크게 손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기기 힘든 싸움이니까요. 기존이야 srd참고하고 나머지는 우리것 보면 ok의 상황이었으니 좀 문제가 되었지만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8/21 09:22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이 없는 걸 보면 크게 손을 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만일 D&D 4th 룰을 이용한 룰북이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Ensoulogic at 2008/08/20 19:01
WOTC쪽은 한방먹은셈인가요. 그나저나 EnWorld는 몇년쨰 안들어가지느거냐[...]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8/21 09:22
저런; 어쩌다가 안들어가게 된 건가요?;
Commented by Realkai at 2008/08/20 21:01
아예 시스템 자체를 담은게 아니라면 솔직히 저작권으로도 따지기가 좀 애매하죠. --)

하여간 예전처럼 OGL과 같은 자유로웠던 라이센스의 출판시장은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8/21 09:26
D&D 쪽은 이제 닫혔지만, OGL 자체는 존속하고 있으니 다른 OGL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D20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붉은미친천사 at 2008/08/20 23:27
이렇게 되면 파이조의 패스파인더가 본의 아니게 관심을 더 끌게 될까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8/21 09:27
WotC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 쪽으로 눈을 돌릴 지도 모르죠. 이번에 베타 버전 나온 걸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Commented by Myst at 2008/08/21 02:38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패러디군요. 멋집니다 -_-b
패스파인더는 고레벨되면 코어보다 더 막장인듯..
Commented by Wishsong at 2008/08/21 09:28
3.5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고치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불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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