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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취미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반골은 아니다. 타고난 기질은 도리어 매우 유순하고 착했다. 오죽하면 어릴 적 별명이 '울냄이', '찔찔이','징게맹게', '순둥이' 따위였겠는가. 내가 머저리에서 저 유명한 반골 김지하로 변한 것은 대학생 때다. 대학생 때 굴욕적 한일회담 반대운동이 있었고 숨어 다니던 내가 피신처에서 들은 피투성이 소식 때문이었다. 당시의 중앙정보부라는 권력기관이 내 부모님을 잡아다 나 숨은 곳을 대라고 마구 고문해서 내 아버지가 반병신이 되어 일조차 못하게 된 사건을 들은 때부터였다. 그때 나는 수유리 근처에 숨어 있었는데 새벽녘 산에 올라 긴긴 시간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눈물로 맹세했다. 이 세상에서 일체의 압제와 거짓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이 피어린 맹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듯하다. 반골로 변하게 만든 고문사건 지금 세상에선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황석영 변절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세상이 떠들썩하게 봉하마을 노씨 상가로 조문행렬이 이어지는 것, 독감, 존엄사 인정. 한동안 이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듯,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두 개의 명제 '생명과 평화'는 눈 씻고 봐도, 그 어디에도 자취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더욱이 자살한 사람 빈소에 촛불이 켜지고 있다. 자살이라는 이름의 비겁한 생명포기에도 촛불인가. 그렇다면 그 촛불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는 어제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대학신문기자의 전화였는데 최근 대학생들이 나의 이른바 저항시 중 그 대표격인 '타는 목마름으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거였다.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이 전화 한 통으로 인터뷰는 이미 마친 것이니 세 개의 아이템으로 회견문을 정리한다면 정리해보라. 첫째, 내게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타는 목마름' 따위 호랑이 담배 먹던 것 말고 최근의 촛불시, '못난 시들'을 읽으라. 둘째, 촛불, 횃불, 숯불을 비교 비판 공부하라. 자기 시대의 역사는 자기가 공부해야 한다. 진짜 멘토는 자기 세대의 삶 안에 있다. 셋째, 아시안 네오·르네상스가 다가오고 있다. 우선 한자 삼백자 정도부터 공부해라. 한자 모르면 고전에 접근할 수가 없고 동양고전 모르면 삼류지식인밖에 안된다" 등. 전화통에서 내 공부방에 돌아와 앉았을 때 다음과 같은 몇 구절의 마치 금언같은 명제들이 뇌리에 떠올랐다. "내 옛 시들은 이제 더 이상 현실성이 없다." "지금 중요한 시적 에스프리는 저항이 아니라 창조다"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는 문명사의 대세에 대답해야 한다. 보아오포럼에서 부시는 분명 '세계 자본의 중심은 지금 동아시아에 와있다'고 공언했다. 돈 가는 데에 마음 간다. 마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인가?" "시중의 유행어인 '따뜻한 자본주의', '착한 경제'는 돈과 마음의 결합이다. 봉하마을에서 악을 악을 쓰는 맑스 신봉자들은 이것을 설명 못한다. 맑스 화폐이론은 철저히 마음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7일간의 국민장, 비극적 숭배열에 의한 명백한 부패와 생명포기라는 비겁성의 은폐, 핵실험과 3개의 미사일 발사 따위가 여기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반골로 남아있어야 하나 이틀 전 나는 경북 안동시에서 '현대에도 유학은 유효한가'라는 강연을 하는 가운데 과거 왕조시대의 자연관인 '오역(五逆), 오사(五事), 황극(皇極)'의 경우를 들어 오늘날에도 유학이 유효하려면 오늘의 오역사건인 4대강 개발정책을 정면 반대해야한다고 못박고 나서 이어 객석을 보니 바로 앞에 앉아있던 안동시장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을 알았다. 비슷한 일이다. 그리 다르지 않다. 전화에서 대학신문기자의 목소리가 나의 제안 '촛불, 횃불, 숯불을 엄격히 비교·비판해라. 한자공부해라. 진짜 촛불을 다시 켜는 못난 시들을 읽으라'란 말을 듣고 인사말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과 거의 비슷한 일이다.이것이 나의 이상한 취미일 뿐일까. 나는 여전히 변함없는 옛 반골로 남아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김지하 시인·동국대 석좌교수 ---------------------------------------------------------------- 이런 글을 남기고 있다. 더 정확한 평가야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썩 보기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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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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