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이클립스 페이즈(Eclipse Phase)는 트랜스휴먼 스페이스에 이어서 트랜스휴머니즘(이성, 과학, 기술을 동원하여 질병, 죽음 등 인간의 "단점"을 극복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확장하자고 주장하는 사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SF RPG입니다.

이클립스 페이즈의 배경은 근미래의 태양계입니다.  인간은 생명공학 및 나노기술, AI 등의 발달과 함께 태양계를 정복하고 번성해나가고 있었으나, 약 10년 전 군사용 AI인 타이탄(TITAN)의 반란으로 인해 지구가 핵무기 및 바이러스로 황폐화되고, 인류의 90%가 사망하는 사건, "The Fall"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후 인류는 태양계 전역에서 흩어져 살게 되고, 대기업, 종교집단, 무정부주의자 등 여러 분파로 나뉘어져 서로간에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PC들은 각 세력들이 비밀리에 연합하여 조직한 비밀 네트워크 "파이어월"의 일원으로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여러 문제들 - 생물병기, 대량학살무기를 지닌 테러리스트, 적대 AI들의 공격, 외계인과의 접촉 등 - 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합니다.

시스템은 100면체를 이용하여 실력보다 낮게 나오면 성공하는 퍼센테이지(%) 시스템이고, AI, 지능향상 동물, 유전자 조작 인간 등등 다양한 '종족'을 PC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다루는 RPG인 만큼 PC들의 정신이나 육체 등을 장비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하여 신체 교환, 정신 복제 등의 행위도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클립스 페이즈의 한 가지 특징은, 룰북에 CCL을 적용해서 책 내의 대부분의 내용을 공유/변형/복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D&D 3rd의 SRD와도 비슷하지만, 이번 경우는 일러스트 등에도 적용이 됩니다.(일부 일러스트 제외).  출판사인 카탈리스트 게임 랩은 아예 이클립스 페이즈 PDF 파일을 토런트 등 공유 파일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내놓고 "마음에 들면 상용 PDF(내용은 차이가 없음)나 룰북을 사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저도 룰북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이 방법이 성공해서 출판사-팬들 모두가 서로 웃는 윈-윈 작용이 일어나고, 다른 RPG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