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솔로몬 케인>을 일독했습니다. 영문판을 살까 생각중이었는데 영상화와 같이 은근슬쩍 번역이 된 것 같네요.

<솔로몬 케인>의 이야기 전반은 16~17세기 당시 미지의 대륙인 아프리카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국인이자 독실한 청교도인, 위대한 모험자인 솔로몬 케인은 아프리카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사악한 괴물, 잔인한 야만인들, 잊혀진 문명의 타락한 민족들을 접하게 됩니다.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거부감이라든지 서구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 같은 것은 가슴 한 구석으로 치워둡시다. 어차피 이 아프리카는 현실의 아프리카가 아닌 미지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가공의 마계이니까요. 솔로몬 케인은 이 검은 대륙 안에 도사리는 어둠과 악에 전율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강한 신념과 믿음, 그리고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맞서 싸우면서 선과 정의를 관철시킵니다.  

<야만인 코난>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인데, 로버트 E. 하워드의 이야기는 흑과 백이 매우 뚜렷합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악당들과 괴물들이 날뛰고 있으며, 마초이즘에 가득찬 주인공들은 망설임 없이 맞서 싸우고 상대를 처단합니다.  너무나도 정직한, 더도 아닌 덜도 아닌 전형적인 '용사'의 원형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실제로 로버트 E 하워드는 Sword & Sorcery의 창시자이기도 하지요^^;). 투박하고 잔재주 같은 것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진중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꿈틀대는 느낌. 마치 음악으로 말하자면 둔탁한 북소리 같고,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입안 가득히 텁텁하면서고 꽉 찬 닭가슴살을 먹는 느낌입니다.  <솔로몬 케인> 역시 그런 하워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재미있는 작품을 추천하라고 할때 <솔로몬 케인>을 선뜻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순한 플롯과 평면적인 주인공, 부족한 개연성, 그리고 어떤 분들에게는 무척 거슬리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오리엔탈리즘(굳이 동양 뿐만이 아닌, 유럽 바깥의 미지의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우월성) 등은 입맛이 까다로운 분들께는 그다지 끌리는 작품이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 케인>이 가지고 있는 투박하면서도 생생한 생동감은 코드가 맞는 분들에게는(마초 분들에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by Wishsong | 2010/03/13 23:28 | 내가 즐기는 것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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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10/03/13 23:30
영화판 트레일러를 보고 무슨 판타지월드 대모험인가 했더니 우리 세계의
아프리카가 배경이였던 겁니까?-게다가 그 아프리카가 무슨 마계라니....-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03/13 23:32
영화판은 얼핏 보니 백인들이 많이 나오는 걸 봐서 유럽이나 신대륙인 것 같습니다. 솔로몬 케인의 주요 무대가 아프리카이기는 하지만, 몇몇 단편은 유럽과 신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요.
Commented by qws2 at 2010/03/14 00:25
음, 새비지월드판에선 설마 악의원주민을 썰어대는 플레이를 지원하는걸까나요. 처음에 표지보고 마물하고 싸우는 퇴마물인가 싶었는데 반정도 맞긴 맞았군요. 나머지 반이 너무 생뚱맞아서 문제지.(...)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03/14 00:34
새비지 월드 판은 자세히 안봤지만, 아마 소설의 내용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악의 무리(마물+원주민...)들과 싸우는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거라고 들었어요.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10/03/14 09:06
작가가 로버트 하워드였습니까....
그리고 티저만 봤을때는 판타지 영화였는 줄 알았는데...????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03/14 18:26
16세기라는 탈을 쓴 판타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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