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게임으로서의 전투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서(...) 그냥 블로그에 올립니다. 전투 외의 장면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전투가 왜 재미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RPG에서 PC들이 취하는 행동의 주요 동기는 '갈등 해소'입니다. 전투이든 비전투이든 그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전장에서 적을 쓰러뜨리든, 내면의 유혹을 이겨내든,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든 결국 PC들은 갈등을 극복하고 이야기와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 중에서도 전투는 가장 그 행위가 구체적이고(상대방을 물리적으로 공격한다) 목표가 뚜렷한(상대방을 물리적으로 제압한다) 갈등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RPG에서 전투 규칙이 다른 부분보다 자세하며 사람들이 여기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비전투'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PC들의 행동과 판정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물건너 RPG인들이 흔히 말하는 이야기 중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Say YES or ROLL" 저는 이 말을 참가자(플레이어와 마스터)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야기에 크고 작은 의미를 부여해야 하며, 특히 PC들의 판정은 정말로 중요한 결과와 그에 따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PC들은 이 세션/캠페인/시나리오의 주인공이며, 정지한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입니다. 마스터의 의무 중 하나는 PC들이 항상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플레이어들에게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합니다. 2. 여러 RPG를 보고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러 RPG의 규칙에서 이러한 갈등을 처리하는지를 알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맞추는 것은 이러한 일에 큰 도움을 줍니다. 각각의 RPG는 각자 자신들의 분야와 장르에서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D&D : 던전 탐사, 전투, 팀 플레이 강조 등등등. 월드 오브 다크니스 : 퇴마물, 호러물, 개인의 갈등과 고뇌 관련 규칙 다수, 기타 등등. 겁스 : 어떠한 장르나 경향에도 맞출 수 있지만, 주로 "현실적인 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각각의 장르에는 그에 따른 수정 규칙 및 세부 사항을 적용해야 한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가 개인의 고뇌와 갈등, 사회적 활동 등을 플레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굳이 이러한 장르를 즐기는 데에 D&D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까? 저는 이것을 노력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언어 장벽 때문에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생각의 틀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여러가지 규칙들을 보고 경험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3. 비전투 갈등을 전투처럼 즐기는 것도 나름 방법이다. 이 부분은 이견도 많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비전투를 전투처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은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전투 규칙은 여러가지 선택과 제한을 통해서 갈등의 모습을 구체화시키고, 갈등 해소 과정을 재미있는 미니게임으로 만듭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이 규칙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한 하나의 판정이 별 의미 없는 미니 게임 10분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하나의 판정을 사용하는 것보다 구체화된 미니게임을 사용한다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투 규칙이 인기가 있는 것이죠. RPG에서 세계를 구하기 위한 가장 재미있는 미니 게임은 (대부분의 경우) 전투니까요. 요 근래 나온 상당수의 인디 RPG의 경우는 아예 갈등 해결 자체를 설전/물리적 전투/기타 갈등 구분할 것 없이 하나의 규칙으로 묶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포도원의 개라든지 마우스 가드, 혹은 FATE 시스템을 이용하는 RPG들(세기의 혼, 드레스덴 파일 RPG 등)이 대표적인 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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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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