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창작 후원 시스템 - 킥스타터(Kickstarter)
많이 많이 늦은 떡밥이지만 '예술가의 생존'이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 봅니다.

美 디자인 잡지 <Wired>의 편집장인 Kevin Kelly는 그의 블로그에서 "당신의 작품을 정말로 좋아하는 1000명의 충성스러운 팬들이 있다면, 그 팬들이 당신의 작품을 1년에 $100씩 구매할 것이고 당신은 1년에 10만 달러를 벌게 된다. 이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이다." 라는 내용의 글 "1,000 True Fans" 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링크). 그는 이 방식에 대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창작자가 갈 수 있는 또다른 선택지"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1인 출판을 하는 사람이나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쉽지는 않지만 분명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킥스타터(Kickstarter) (링크)는 이러한 주장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작 후원 사이트입니다.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책, 사진집, 게임, 음반 등)을 소개한 후,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면 발매를 하겠다."라고 공지를 합니다.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에 대해 페이팔이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Kickstarter가 관리하는 계좌로 후원금을 보냅니다.

제가 후원자로 참여한 사례(과거 포스팅 'RPG인들의 팬심을 활용한 출판방식' 참조 (링크) )를 들어 볼까요?

  1. RPG 디자이너 Greg Stolze가 <REIGN Enchiridion>이라는 RPG 룰북을 제작하려 합니다. (링크)
  2. Greg Stolze는 Kickstarter를 이용하여 팬들에게 '한달 동안 $5,000가 모이면 이 룰북을 출판하겠다.' 라고 요청을 합니다.
  3. 성공적으로 출판이 될 경우, 후원을 해 준 팬들은 그에 따른 특전을 얻습니다. ($10 이상 기부할 경우 책 뒤편 후원자 명단에 이름이 올려지며, 무료 PDF를 제공함. $15(운송비 제외)를 기부한 팬에게는 거기에 추가로 책을 보내줌)
  4. 기한 내에 후원금이 다 모이지 않아 출판이 안 될 경우 모인 금액은 각 팬들에게 전액 환불됩니다.  작가는 그 작품을 포기하거나, 좀 더 개량하고 다듬어서 다시 내놓아야 하겠지요.
  5. Reign Enchiridion은 기한 내에 $6,893이 모여져서 성공적으로 출판됐습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무료로 공개가 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작품 후원 활동은 '최소매출 보증 시스템 Threshold Pledge System' 또는 Fund & Release / Ransom Publishing Model / Street Perfomer Protocol 이라고 불립니다.  이는 과거 르네상스의 메디치 가문처럼 예술가들을 후원해주는 방식과 제품 구매시 미리 돈을 지불하는 선불제가 결합한 방식입니다.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돈은 환불되기 때문에 후원자들은 자신의 돈을 잃을 염려 없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지만요;; )

이러한 방식 아래에서 제작자들은 샘플 곡이나 티저 영상, 혹은 소설의 첫 부분 등을 공개하여 후원자들의 관심을 끕니다. 그렇게 인지도를 얻게 되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네임 밸류 역시 얻게 되지요. 제가 예시로 든 Greg Stolze 역시 이러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RPG 디자이너 중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위와 같은 성격의 사이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하얀 늑대>를 쓴 윤현승 씨와 같은 몇몇 작가 분들이 팬들의 후원금을 모아 개인지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은 방식이 현재 우리 나라 창작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Reign Enchiridion 프로젝트가 끝나고 배송된 책 뒤에 제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무척 뿌듯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샀다는 만족감과 함께 내가 이 작품의 출판에 기여했다는 자부심 역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만화나 게임, 인디 앨범 등이 최소매출 보증 시스템 방식으로 나온다면 어떨까요? 물론 제품의 가치를 0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작가에게는 최소한의 이윤과 함께 섣불리 자신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가 되려 손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고, 팬들에게는 제품 구입과 더불어 자부심을 같이 주는 윈-윈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by Wishsong | 2010/11/12 13:05 | 세상의 일들.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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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13:18
제작자 개인의 힘으로 그 프로젝트의 재정과 운용을 관리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윤현승씨도 몇 년 동안 공회전했죠. 결국 막판엔 출판사가 관여를 했고요.

그렇다면 이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가 따로 필요하게 되는 건데, 그러면 출판대행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지더군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13:31
음, 그렇다면 출판대행 시스템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일단 선불로 받는 형식인지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13:38
작가에게 선불로 받죠.

이때 작가가 주머니돈으로 내든, 책 받을 사람에게 선입금으로 모금하든 하는거고.

소설쪽 동인지에선 은근 흔한 방식입니다.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14:59
소비자에게 미리 선불로 받는 방식이 정식으로는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군요.

퀵스타터와 같이 그 과정을 투명하게 정착시킨다면 (누구든지 쉽게 후원 요청을 하고, 주머니돈 없이 무조건 기일 내에 책 받을 사람들에게 선입금으로 받고, 기일이 지나도 일정액이 모금되지 않는다면 무조건 환불하는 방식) 창작자들의 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15:26
어느 정도 그런 시스템이 정립되서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시점에서 정보의 과잉이 생기고, 이러면 신뢰도가 떨어지죠.(선불로 주고 사도 쓸만할지, 어떨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리 시스템이 직접 평가와 광고에 개입하거나, 어느 정도 도박을 걸 수 있게 저가로 가격을 후려치게 됩니다.

전자라면 영업방식이 바뀔 뿐이지 현재의 작가-출판사-독자 구조가 그대로 활용되니,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는 창작자'의 도태를 해결할 수 없고, 후자라면 유료 소설 연재 사이트나 아이팟 어플 시장처럼 '모두가 가난한'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죠.(둘 다 국내 수위권의 작품을 낸 창작자라도 1년 통틀어 한끼 거한 술값 정도 밖에 못번다고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15:45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시점에서 생기는 정보의 과잉 / 질적 저하는 어느 정도는 필연적인 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창작자들이 사전에 공개하는 '맛보기 자료'들과 이미 그 창작자들의 작품을 구입한 팬들의 평가 등이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RNarsis님이 말씀하신 두 가지 해결 방법에 대해서... 전자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후자의 경우는 "최소 후원금"으로 인해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20:19
1차적으로 걸러주는 중간상인 단계가 없으니만큼, 소비자는 샘플 조차도 일일이 비교해가며 확인해볼 수가 없습니다. 이래선 어지간히 코어한 팬층이거나 한가한 소비자가 아니면 활용하지 않죠. 각종 평가를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실제로 업계에서 이런 걸 일일이 찾아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전체 소비자의 20%로 계산하더군요.) 소비자에게 이 부분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80%의 소비자를 버리고 시작하는 겁니다. 100%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삼더라도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요.

최소후원금 제도도 별 해결방법이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문화 미디어 분야에서 그것만으로 최종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로 샘플이나 기획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실은 작업의 80%는 끝나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국에 돈이 안모여 그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정리한다고 해서 창작 쪽의 수고가 줄어드는게 아니죠. 단체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면 후반 진행 파츠는 아예 손하나 까닥 안하고 일이 끝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가난한 창작자'라면 기껏해야 3~4명이서 모든 분야를 다 할테니 그 동안 노는 인원도 없죠,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20:49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이야기한 것인데, 분명 최소 후원금 보증 제도가 만능은 아니겠지만 의미없는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 구조에 잘 적응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테니까요.

물론 킥스타터와 같은 '직판 시장'을 이용해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전체 시장의 20%(아마 이보다도 안 되겠지만요)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십중팔구가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한둘은 분명 '기존 시장에서는 나오기 어렵지만, 이 방식을 통해 빛을 보게 된 작품'이 튀어나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작가들은 잘만 한다면 1000명의 충실한 팬 정도는 얻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샘플의 경우에도, 예를 들어서 만화나 라노베의 경우는 1권 분량 정도만 만들고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구입할 마음을 먹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20:58
제가 회의적인 이유는... 이미 그런 시장이 (오덕)문화 장르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인지요.(...) 초반 작업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은 선입금 방식으로 진행하죠. 새롭지도 않고,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창작자도 존재하지 않아요. 말씀하신대로 기존이라면 시장에 나오지도 못할 작품이 나오게되는 효과는 있지만, 그걸 낸다고 창작자의 입지가 좋아지지 않죠.

만화는 전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라노베라면 1권을 샘플로 낼 정도라면 기획과 설정은 전부 완성, 스토리 라인은 2권, 전체적 시놉시스는 4권 정도까지 완성된 상태입니다. 시간적으론 1~2년 정도 걸리고요.(2권 이후가 계속해서 3~6개월마다 나오는건 이미 이렇게 밑작업이 끝나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돈 안모인다고 접으라면, 뭐. 쩝;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21:30
RNarsis님이 보시기에는 나이브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 쪽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분명 누군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선 동인지와는 달리 Kickstarter 같은 경우는 특정 대상만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전체에게 노출이 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 마음에 드는 동인지가 있다면 기꺼이 선입금을 내겠지만, 동인지를 누가 만드는지도, 어디서 사야할지도 모르거든요; 이런 사람이 비단 저 밖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말씀하신 라노베와 같은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좀 더 짧은 내용으로도 1000명 정도의 사람은 끌 수 있을 필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는 건 반드시 이 제품이 재미있을 거라고 100% 합리적 판단 끝에 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블로거가 자신이 주로 다루던 주제에 대해 책을 쓰거나 사진집을 냈을 때, 모든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작품만을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RNarsis님이 책을 내신다면, 제가 그 책을 사는 이유는 'RNarsis님이 평소에 쓰신 글이 내 취향에 맞는다. 내용은 다 보지 않았지만 분명 재미있을 거다.' 라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모델을 잘 활용하는 분들은 작품 뿐만이 아니라 블로그나 다른 활동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겠지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10/11/12 21:36
그리고 한가지 더 제가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저러한 방식을 통해 누군가는 '메인스트림 시장'에 편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인디 음악계에서 인기를 끌다가 기획사에 발탁된 케이스'가 저런 킥스타터류의 사이트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초기에 어떻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인가라는 과제는 누구든지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과제겠지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10/11/12 23:55
하시려는 말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소비자와 창작자 양측이 지는 리스크가 너무 커지기에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입지'의 창작자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소비자가 지는 리스크는 여태까지 주고받은 논의가 있으니 아시리라 믿고, 창작자가 지는 리스크를 간략히 적죠.

실은 기존 시스템에선 계약금이란 제도를 활용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라면 기획이 완성되기도 전에 돈이 입금됩니다.(실은 이건 문화상품만이 아니라 1차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중간상인이 있는 시스템은 거의 존재합니다.) 창작가가 창작을 위해 실제로 품과 자본이 들어가는 부분이 기획과 베타 버전 단계(자료수집, 아이디어 도출, 세계관, 캐릭터, 플롯, 시놉시스 작성... 사실은 그 이후는 어떤 의미로는 단순 노동일 뿐입니다. 문장력 같은 건 시간이나 계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금을 통해 그 부분을 처리하고 이를 통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죠. 과연 계약금이 합당하게 책정되고 있는가, 계약을 하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하는 문제가 남지만, 이는 시장이나 그 주변 상황의 문제지, 계약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게되면 작가는 스스로 품을 들여 작품의 기획과 홍보를 해야합니다. 만일 기존 작품 같은 실적이 없다면, 더욱 더 이 부분에 공을 들여야 하지요. 그리고 의도한 만큼 돈이 모이지 않는다면, 투자한 자본과 품만 떠안은 채로 그냥 나가리 되는 거죠.

음... 너무 복잡하게 됐나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말씀하신 제도는 저작자도 작품을 내기 위해 선불을 하는 제도인 겁니다.

이런 방식의 이점이 있다면 시장으로부터 바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잘 나갈 경우의저작자에게 떨어지는 액수가 커진다는 것이죠. 컬트한 팬을 거느린 괴짜나 혼자서도 빛날 수 있는 천재, 스타를 위한 제도인 겁니다.
Commented by 허준 at 2011/02/22 14:08
한국에도 사이트 개설되었습니다.

디스이즈트루스토리.컴 (www.thisisturestory.com)
한국판 킥스타터입니다.
11년 1월말 개설하여 운영중입니다만, 운영이 어려워보입니다.

Donation 문화 성숙되지 않아서 인지...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2/24 16:45
오, 우리나라도 나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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