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링하기 좋은 RPG의 기준
1. 애드리브가 편한가?

제가 RPG를 돌릴 때 손에 꼽는 첫번째 기준입니다.
개인적으로 "절대 결말을 미리 만들지 말라."  "PC들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해라."  라는 신조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 RPG가 얼마나 빠르고 수월하게 PC의 행동에 맞춰 진행할 수 있는지는 무척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RPG 규칙이 가벼울 때 애드리브가 편하고, 규칙이 가볍지 않더라도 마스터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잘 소개되어 있다면(랜덤 인카운터, 상황 표, 좋은 조언 등)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좋은 예 : 
새비지 월즈. 평범한 사람에서 영웅까지 능력치가 d4~d12 안에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즉석으로 인물을 만들기 쉽습니다. 일단 모를 때는 d6으로 만들고 봅니다.

- 나쁜 예 :
D&D 4th. 즉흥적으로 전투를 만들거나 인물을 등장시키기에는 신경써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네요.



2. 표방하는 장르를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구현하는가?

모든 RPG 규칙에는 그 RPG가 지향하는 목표가 담겨 있고, 그에 따라 각각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액션물을 지향하는 RPG는 PC들이 화끈하게 적들을 때려잡고 덜 죽을 수 있는 방향으로 규칙을 만들며, 공포물의 경우는 PC가 겪는 두려움과 공포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만들지요. 마법사가 중요한 RPG에서는 마법 규칙이 좀 더 세분화될 것이고, 우주를 넘나드는 RPG에서는 당연히 우주선 전투 규칙이 있겠죠.
"범용 RPG"마저도 이러한 방향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겁스와 새비지 월즈를 비교했을 때, 전자의 경우는 사실성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간편함과 화끈함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RPG는 그 장르를 잘 구현하는 개성적인 규칙을 통해 사람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좋은 예 :
D&D 4th. '동료들과 힘을 합쳐 적들과 싸운다' 는 테마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인디 RPG 대다수. 인디 RPG 중 대다수는 특정한 형태의 이야기를 연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나쁜 예 :
특별히 '나쁜 예'를 본 적은 없습니다. 모든 RPG에는 그에 따른 개성이 있으니까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19금적인 요소를 과도하게 강조한 FATAL 정도가...



3. '잔규칙'이 많지는 않은가?

신경 써야 할 세부규칙이 얼마나 많은가도 마스터링 난이도에 어려움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서 독, 병, 추위 등등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에 대해 "d20+건강 수정치를 굴린 판정이 난이도보다 높으면  저항성공" 이라는 규칙으로 통일하면 그만인 반면에, 독에 대한 판정 방식 따로, 병에 대한 판정 방식 따로, 온도에 대한 판정 방식 따로... 이런 식으로 잡다한 규칙이 많을수록 신경써야 할 항목이 늘어납니다.

좋은 예 :
D&D 4th. 마법/초능력/스니크어택/기타 등등 기존 잡다한 여러 전투시스템을 '파워'로 통합시켰습니다. 물론 기타 신경써야 할 잔규칙이 없지는 않으나, D&D 3rd에서 4th로의 진보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예 :
4판 이전의 D&D. 마스터로서 신경쓸 것이 너무 많습니다.

스파이크래프트. D&D보다 더 신경쓸 게 많습니다. 지나치게 디테일해서 질릴 지경입니다.

잘못 적용한 겁스. 아무 생각 없이 이 규칙 저 규칙 모두 쓰다가는...

Fight! 전투 규칙이 은근히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더라고요.
 


4. 보기에 얼마나 편한가?
 
아무리 좋은 규칙이라도 눈에 안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가독성 때문입니다. RPG책은 어디까지나 'RPG를 하기 위한 규칙책'입니다. 아무리 멋진 RPG라도 플레이어들을 위해 정리를 해야 할 때, 특정 규칙을 찾아야 할 때 빨리빨리 찾기 힘들다면 그 책은 편집에 실패한 것입니다.

좋은 예 :
D&D. 확실히 '게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정말 보기 편합니다.

나쁜 예 :
WOD. 순전히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WOD 시리즈는 책을 읽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by Wishsong | 2011/04/19 12:46 | RPG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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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fos at 2011/04/20 07:38
1번은 4판보단 구 버전 D&D계열. 그렇다고 4판이 좋은예라는 건 아니지만 급해도 빠른 세팅을 돕도록 많이 지원하고 있는 편이죠.

2번의 나쁜 예는 우리에게까지 알려지지 못하는 폐기된 수많은 인디룰. 그러니까 알려지지도 못했겠지. 또한 개인 창작룰의 대다수 역시 장르적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고보는 경향을 워낙 많이 봐서 나쁜예에 들어갈듯.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4/21 09:08
생각해보니 3판 역시 만만치 않게 복잡하기는 했군요. 하지만 4판을 꼽은 이유는 (이제는 완전히 필수가 되어버린) 전투맵을 준비하는 게 상당히 골치아파서입니다.

폐기된 인디룰이나 창작룰이야... 시장에 나타나지 않은 건 논외입니다(...)
Commented at 2011/04/25 14: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4/25 14:27
감사합니다 ㅎㅎㅎ 오늘 생일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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