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파일즈 RPG 플레이 감상.



드레스덴 파일즈 RPG(이하 DFRPG)는 지난 2010년 Evil Hat Production에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내놓은 어반 판타지 RPG입니다. DFRPG의 기본적인 구조는 소설과 비슷하게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을 PC들이 해결하는 형식의 이야기이며, PC들은 보통 사람에서부터 요정의 피를 이은 자, 늑대인간, 흡혈 감염자, 참된 신앙인, 마법사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특별한 인물들입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DFRPG로 8회 정도의 중편 플레이를 했는데,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중장편 캠페인은 비교적 마스터링 경험이 적은지라 은근히 걱정했었지만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나름 자평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이 RPG의 특색을 잘 활용한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특징들을 보면…

1. 모두가 참여하는 활동 무대 제작
DFRPG에서는 PC들이 활동할 도시(활동 무대)를 함께 만든 후에 캐릭터 작성을 합니다. 이번 캠페인의 경우 ‘마계 인천’을 배경으로 하게 되었는데,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 결과 무척 재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캐릭터들 역시 참가자들 자신이 만든 도시와 인물들에 맞추어 제작되다 보니 좀 더 배경세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2. 개성 있는 PC 제작.
이 부분은 DFRPG의 특징만이 아닌, 페이트(FATE)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든 RPG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페이트 시스템에서는 각 인물들이 면모(Aspect)라는 특성치를 지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썼던 FATE 시스템 소개글을 링크하겠습니다.

3. 유연한 의식 마법(Thaumaturgy)
DFRPG의 마법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 전투 마법(Evocation) : 전투 중에 공격/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마법.
두번째. 의식 마법(Thaumaturgy) : 의식 준비를 통해 쓸 수 있는 좀 더 복잡하고 강력한 마법.

이 중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의식 마법입니다. 의식 마법은 충분한 시간과 준비만 갖춰진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인데, 특히 ‘준비’단계를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의 재미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신성한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보호진을 해제해야 합니다.”

이 보호진을 해제하는 의식 마법을 쓰기 위해 PC들이 사용한 방법입니다.

1) 무기를 보호하는 마법의 내력을 알아야 한다.
2) 무기는 고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전설의 활이다. 보호진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고조선 시대의 유물들이 필요하다.
3) 유물을 얻기 위해 ① 박물관에 잠입하자!  ② PC중 한 명의 연줄을 이용하자!

이렇게 의식 마법을 실행하기 위한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모험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이 DFRPG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돌려본 규칙인 만큼 미흡했던 부분도 많습니다. 다음은 차후 DFRPG를 돌릴 때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입니다.



1. 면모 사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번 플레이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PC들이 가지고 있던 일부 면모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페이트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면모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입니다. 특히 PC가 가지고 있는 면모는 “나는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라고 플레이어들이 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스터는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춰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들 역시 스스로 면모 발동이 가능한 만큼 자신의 PC들이 가진 면모들을 열심히 활용해야겠지요. 또한 PC의 면모뿐만이 아니라 NPC들의 면모, 각 장면(“어두운 방”, “혼란스러운 거리”)과 캠페인 전체에 깔린 면모 (“비정한 도시” “전쟁 직전”) 역시 열심히 사용해야겠습니다.

2. 다양한 형태의 갈등 유발
DFRPG는 주먹과 무기가 오가는 물리 전투 외에도 언쟁이나 모략 등을 다루는 사회 전투,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 전투가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주로 물리 전투에 비중을 두다 보니 전투형 캐릭터가 좀 더 많이 활약을 했는데, 다음에는 세 가지 전투 모두 비중을 잘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3. 전투에서 책략(Maneuve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페이트 시스템 전투의 특징은 상대방에게 일시적으로 면모를 붙이는 ‘책략’이라는 행동(“적의 눈에 모래를 끼얹어요!” “바닥에 불을 붙여요!”)이 있다는 것인데, 전투에서는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가 단순히 “공격-방어”로 끝나지 않고 “적의 눈이 멀었어요!” “방이 불바다가 되었어요!” 등 여러 가지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면모 사용을 통한 서술권이 발휘될 수 있는 책략 행동을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4. 명심해라. 플레이어들 역시 ‘선언’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페이트 시스템에서 플레이어들은 “마침 저기에 물이 흐르고 있어요!” “출근길이라 길이 혼잡해요!” 와 같이 즉석으로 선언 판정을 통해 ‘장면 면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선언을 잘 활용한다면 플레이어들의 서술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마스터의 짐 또한 덜 수 있습니다.

5. 마법규칙은 반드시 숙지해라! GM이든 PC든.
DFRPG의 가장 큰 약점은 의식 마법 규칙이 나머지 규칙에 비해 사용 방법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전투 마법의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의식 마법의 경우 제대로 규칙을 활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마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마법의 난이도가 얼마나 될지, 마법의 효과는 어떨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마스터는 마법 규칙을 활용할 때 명확하게 기준을 잡고 있어야 하며(“이러이러한 점은 난이도 2가 올라. 이런 점은 안 돼.”) 마법사 PC를 운용하는 플레이어 또한 규칙을 정확하게 숙지하여 마법 사용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6. ‘이야기’가 있는 의식마법 사용.
이 부분은 나름 잘 활용했다고 생각했으나, 한 번 더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아 적습니다. 의식 마법은 그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그 마법이 어렵고, 그 효과가 클수록 신경을 더 많이 써야겠지요.

이번 플레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의식 마법은 PC가 나이트클럽의 조명을 태양빛으로 바꾸어 그 안에 있는 흡혈귀들을 모두 태워 죽이는 마법이었습니다. 이 마법의 사용은 캠페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 이후에도 두고두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by Wishsong | 2011/05/04 13:53 | RPG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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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魔界範君 at 2011/05/04 15:09
세기의 혼이나 SoF에 비해서 룰북이 조금 읽기 어렵더군요. 영어 실력도 어중간하고 해서 꽤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플레이 감상 올리신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FATE 기반 룰이 뭔가 또 나온다는 소문을 들은듯도 한데... 이런 종류 룰이라면 역시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5/04 16:06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규칙은 대부분 다 동일하고, 무엇보다도 읽기 재밌더라고요. 정독해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RPG입니다.

앞으로 FATE 기반 시스템이 출시된다면 엔간하면 다 구입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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