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문득 든 냉소적인 생각.
이번에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이 단순히 자살을 택했다면 잠시 시끌시끌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해병대 편을 드는 사람들은 이야기하겠지. 그놈은 약했으니까 해병대의 강한 군기를 이기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병대는 이대로 가도 괜찮다고.

사실 김모 상병의 사건으로 해병대가 얻은 건 뉘우침이 아니라 가슴 서늘한 공포가 아닐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괴롭혀왔던 고문관이 단순한 샌드백이 아닌, 독기를 품고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두려움. 주위 환경을 못 이겨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자기 혼자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물고 늘어질 수 있다는 깨달음.

어쩌면 가해자들에게 깨우침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죄책감은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어떤 사람들은 양심이 마비되었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여 죄책감 자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형사 처벌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도 몇몇 악질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겠지. 하지만 자기가 괴롭히던 사람이 갑자기 칼을 휘둘러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 그 사람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면? 어느 쪽이 더 가해자를 뉘우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괴롭힘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자살은 가해자들에게 자살 테러를 가하는 것일까? 결론이 참 우울하다.
by Wishsong | 2011/07/13 16:08 | 세상의 일들.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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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11/07/13 17:59
해병대라는 조직이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면 더더욱 씁쓸하겠군요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7/13 18:12
예. 해병대라는 이름을 다른 집단으로 바꿔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백범 at 2011/07/13 22:12
최소한의 공포감만 줘도 함부로 못까불지요.

덕으로 상대방을 깨우쳐야 된다 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던지요? 한국처럼 안보는 데서는 온갖 불법과 부정을 자행해도 괜찮은 곳에서는... ㅋ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7/13 22:58
착하게 사는 걸 지향하더라도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말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8비트 소년 at 2011/07/13 23:05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회민주주의의 등장도 자본가들이 갑자기 착해져서 그런게 아니라 더 이상 착취하다가는 혁명이 나거나 등쳐먹을 것 조차 없어질거 같으니 겁나서 그랬던 게지요.
Commented by 백범 at 2011/07/13 23:16
그보다 군대에서 2년동안 썩은 것에 대한 보상도 마련해주지 않고, 남자라서 군대 가야 된다, 병역은 자랑스러운 의무다 이렇게 세뇌하고

대대로 군대 다녀온 집안에게 억지로 상장(상금도 아닌)이나 안겨주고 이걸로 만족하라고 하는것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하루 만원도 안되는 일당으로 사람을 2년을 부려먹었으면 뭐 합당한 댓가를 내놔야지... 신성한 의무는 개뿔... 내가 죽어도 신성한 의무인지?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 국적선택도 가능하고, 마음에 안들면 한국땅 떠나면 그만인데 무슨 소중한 조국이 어쩌구 저쩌구...

언제까지 남자들 시간 2년을 공짜로 압수하고, 정신력과 노동력을 착취해야 되는건지 한숨만 나올 다름입니다.
Commented by 백범 at 2011/07/13 23:17
그나저나 여호와의 증인들... 이사람들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 이젠 이것도 좀 허용해줘야 될텐데...

안그러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 철옹성같은 군대라는 착취 기관 내지는 착취 도구를 바꿀 길이 전혀 보이지 않네요.
Commented at 2011/09/14 20: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Wishsong at 2011/09/15 00:06
어떠한 이유로든 군대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나보죠.
Commented by 에른스트 at 2011/09/15 10:16
http://news.donga.com/3/all/20110722/38987708/1 이런 경우처럼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날수있으니, 일단 판결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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