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규칙
2011/11/15   문득 생각난 것. [14]
2008/11/27   RPG에서 좋은 규칙이란? [5]
문득 생각난 것.
몇 년 전에 "규칙의 중요성" 을 가지고 세션에서 성일님하고 잠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문득 내가 진짜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깨달아서 잊기 전에 적는다.

그때 나는 "성일님이 규칙의 중요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라고 이야기했었고, 성일님은 "규칙은 이야기의 변수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이야기이냐." 라고 답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성일님은 규칙은 이야기에 종속된 요소일 뿐이며, 이야기에 변화를 주는 역할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칙의 의의는 그 뿐만이 아니다. 규칙 자체가 이야기를 규정하고, 규칙에 따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서 포도원의 개들 같은 경우는 규칙 자체가 "갈등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야기"를 만들며, 마우스 가드의 경우는 임무-개인 볼일  이런 패턴으로 시나리오가 구성된다. 인디 RPG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D&D는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하는 영웅들'의 이야기에 적합하며, 최근 나오는 FATE의 면모(Aspect)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메타게임적인 방식으로 시나리오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성일님이 이야기하는 RPG 규칙은 그런 서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제거된, 순수하게 성공과 실패만을 결정하는 보조도구일 뿐이다. 바로 겁스 같은.

성일님이 '히어로 포인트' '어스펙트' '페이트 포인트' 같은 도구를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일님이 제창하는 합의식 RPG에는 저렇게 서술에 관여하는 부가규칙은 불필요한 자전거 보조바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테니. 반면 나는 그런 부가규칙 자체가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즐긴다.

by Wishsong | 2011/11/15 23:47 | RPG | 트랙백 | 덧글(14)
RPG에서 좋은 규칙이란?

하우스룰을 만들다가 생각난 점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저는 좋은 규칙의 요건으로 두 가지를 손꼽고 싶습니다.


 

1. 일관성

 

일관성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판정방식은 최대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일치시켜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이 가장 잘 구현된 시스템의 사례로 D20을 손꼽고 싶습니다.

 

난이도(DC) vs 20면체 + 보너스수치.

 

D20은 이 하나만 알고 있다면 규칙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 사례로써, D&D 클래식을 볼까요?

 

명중굴림 = THAC0 표 보기

내성굴림 = 20면체를 굴려 내성 굴림 수치 이상으로 나와야 함

도적기술 = 100면체 확률 굴리기,1d6 굴리기, 기타 등등.

 

이와 같이 D&D 클래식은 다수의 판정방식이 혼용되어 있기에, 전체적인 룰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D&D 4th보다 더 많은 설명을 소모합니다. (물론 한글로 번역되었다는 장점이 상당 부분 이를 상쇄해주기는 하지만)

 

 

 

2. 간편성

 

간편성은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판정의 결과를 한 눈에 알 수 있는가?  (직관성)

두번째,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 / 계산해야 할 점은?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

 

직관성은 판정을 굴린 후 한 눈에 성공/실패를 확인할 수 있느냐에 기준을 두었습니다.  이경우의 안 좋은 사례로 저는 WOD, 7th Sea 등에서 사용하는 다이스 풀(Dice Pool) 방식을 들고 싶습니다.  


다이스 풀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능력이 높을수록 굴리는 주사위 숫자도 늘어나서, 한 눈에 결과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전 WOD 같은 경우는 10면체를 굴려 7 이상이 나오면 성공수 하나를 획득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성공 기준 수치가 수정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복잡함이 더욱 증가했었습니다.  화이트 울프사도 이를 개선사항으로 여긴 듯, 새로운 WOD에서는 무조건 8 이상이 나오면 성공하는 것으로 규칙을 변경했습니다만 여전히 D&D나 겁스와 같이 난이도를 두고 판정하는 방식보다는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경우는 판정을 선언했을 때, 참가자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다뤄야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한 전투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Ex) D&D 4th의 참가자가 공격을 선언할 경우

1.      명중굴림을 굴립니다.

2.      AC 이상이 나온 것을 확인합니다.

3.      피해 굴림을 굴립니다.

 

Ex2) GURPS의 참가자가 공격을 선언할 경우

1.       명중굴림을 굴립니다.

2.       실력 이하로 나온 것을 확인합니다.

3.       상대방의 방어 결과를 확인합니다.

4.       피해굴림을 굴립니다.

 

Ex3) Hero System의 참가자가 공격을 선언할 경우

1.       명중굴림을 굴립니다.

2.       굴림 결과에서 자신의 공격 보너스를 더하고, 상대방의 방어 보너스를 뺍니다.

3.       수정된 결과가 자신의 실력 이하로 나온 것을 확인합니다.

4.       피해굴림을 굴립니다.

5.       Stun 피해치와 Lethal 피해치를 각각 굴립니다.

 

아래로 갈수록 참가자가 다뤄야 할 정보 수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판정이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규칙은 그만큼 캐릭터의 행동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데이터화했다는 의미이며, 룰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 또한 그만큼 증가합니다. (겁스에서 상대방의 머리를 공격할래요! 라는 선언은 D&D에서 상대방의 머리를 공격할래요! 보다 더욱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판정에서 다뤄야 할 정보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참가자들이 그 규칙에 숙달되어야만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정처리 시간의 증가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때문에 자신이 얼마만큼의 간편성을 원하며, 얼마만큼의 구체성을 원하는가? 를 잘 알고 있어야만 자신에게 적합한 난이도의 룰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by Wishsong | 2008/11/27 17:56 | RPG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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