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던전월드
2013/12/17   Sixth World.
2013/10/10   던전월드(어포칼립스 월드 엔진)는 왜 쉬운 RPG인가? [2]
Sixth World.
http://pulpwood.blogspot.kr/2013/08/sixth-world-dungeon-world-hack.html

섀도우런 RPG를 던전월드 시스템(어포칼립스 월드 엔진)으로 개조한 Sixth World입니다.

무척 잘 만든 거 같네요. 던전월드를 이용해 이런 걸 만들겠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었는데 큰 자극이 됩니다.

by Wishsong | 2013/12/17 12:50 | RPG | 트랙백 | 덧글(0)
던전월드(어포칼립스 월드 엔진)는 왜 쉬운 RPG인가?
왠지 다들 하니까 나도 던젼월드 평


샤이엔님의 포스팅에 다음과 같이 던전월드 감상평 댓글을 달았는데, 쓰다보니 흥이 돋아서 좀 더 풀어 씁니다.

-----------------------

"던전월드는 비록 D&D 처럼 던전 판타지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룰이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D&D의 뿌리가 게임(숫자 놀이, 좌뇌 놀이)이라면, 던전월드(AWE)의 뿌리는 롤플레이(드립 놀이, 우뇌 놀이)라고 생각해요.

D&D는 어떻게 하면 최선의 작전을 짜서 던전을 통과할까?가 주된 목적이지만, 던전월드는 어떻게 하면 던전 이야기를 더 찰지게 할 수 있을까?가 목적입니다. 우뇌(드립 놀이)의 입장에서 던전월드를 보면 따라하기만 해도 이야기를 끊임없이 흘러가게 하는 무척 쉽고 재미있는 규칙인 반면, 좌뇌(숫자 놀이)의 입장에서 던전월드를 보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명확한 기준(특히, 전투 규칙)'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RPG는 양쪽 뇌를 다 써서 즐기는 놀이이지만, 전통적인 RPG에서는 왼쪽 뇌를 더 많이 강조한 것 같아요. 소위 '인디 RPG'는 오른쪽 뇌를 재조명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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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썼듯, 던전월드는 우뇌(드립 기반)를 기반으로 한 던전 판타지입니다. 

그렇다면 던전월드, 즉 AWE가(어포칼립스 월드 엔진) 왜 쉬울까요? 댓글에서는 '따라하기만 해도 이야기를 끊임없이 흘러가게 하는 무척 쉽고 재미있는 규칙'이라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뇌의 결정을 돕기 위해 좌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도록 만들었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요소가 "마스터 액션(GM Moves)"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RPG의 마스터 가이드는 장르의 분위기에 맞춰 "마스터는 ~하고 ~해야 한다..(이하 몇 페이지 정도 설명)." 라는 식으로 주저리주저리 늘여 쓴 반면, AWE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일종의 '공식'을 제공합니다.

PC의 판정이 7~9가 나오면 판정을 성공시키되, 다음 중 한 액션을 골라서 발동하시오.
PC의 판정이 6 이하가 나오면 판정도 실패시키고, 다음 중 한 액션을 골라서 발동하시오.

1. OOO한다.
2. XXX한다.
3. YYY한다.
4. ZZZ한다.

훨씬 쉽죠? 좌뇌의 장점인 간단명료함이 드러나는 설명방식입니다. 

저는 GM액션이 "이야기 기계"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각의 선택지는 어떤 걸 하더라도 새로운 문제를 터뜨리면서 이야기를 눈덩이처럼 부풀입니다. GM은 플레이어들이 판정에 실패했을 때(혹은 부분 성공했을 때) 뭘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9가 나왔으니 GM액션을 발동시키자!" 라고 생각하고 액션 중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메뉴판에서 선택지를 고르고, 선택된 액션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의 이야기가 숙련된 명마스터가 고민고민한 끝에 만든 이야기보다 질이 떨어질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대부분 이야기의 큰 틀은 저 선택지 내에서 이루어지거든요. 물론 선택사항을 어떻게 기존 이야기 속에 잘 끼워넣느냐, 어떻게 매끄럽게 잘 꾸미느냐...부터는 "숙련된 마스터의 역량"이지만, 많은 마스터들이 선택사항을 떠올리는 일조차도 힘들어 합니다. 그 점에서 볼 때, 던전월드는 분명 "초보자 마스터가 하기 쉬운 RPG"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기본 액션(Basic Move)과 각 플레이어 북의 직업 별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무언가 사건이 눈 앞에 닥쳤을 때 뭘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자기 시트에 써 있는 액션 중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좌뇌적인 방식대로 제한된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선택을 하더라도, 그걸 우뇌적으로 해석하면 결국 메뉴 없이 선택한 결과와 동일한 재미를 주거든요. 플레이어들 역시 고민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반면 재미있게도 AWE의 전투 규칙은 참가자들에게 이전보다 좀 더 우뇌를 쓰도록 독촉하고 있습니다. AWE에서는 기존 RPG의 가장 큰 특징인 '턴'과 '라운드'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 생각에는, 빈센트 베이커 씨가 이야기를 끊임없이 흐르도록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RPG의 경우 롤플레잉 장면과 전투 장면이 분리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서 인위적인 제한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턴과 라운드마다 행동을 하다 멈추다를 반복합니다. 풍성한 액션과 드립이 넘치던 이야기는 승패를 겨루는 워게임으로 바뀝니다. AWE에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적 마법사의 두개골을 쪼개기 위해 도약한 전사의 이야기가 다음 라운드까지 멈출 필요가 없습니다. AWE에서 전투 중 다른 사람에게 시점이 넘어가는 건 이야기를 좀 더 흥미진진하고 똥꼬짜릿한 이야기 속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목적이지, 이전 사람의 행동 순서가 끝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빈센트 베이커 씨가 "RPG인은 이 정도라면 우측 뇌를 더 쓸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해서 턴과 라운드를 제거했다고 믿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가정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분들은 너무 나간게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이 '전투 이야기'를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좌뇌적 방식(주사위 판정을 통한 성공과 실패)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AWE는 "참가자들의 우뇌적인 욕망(창조적 이야기 욕구)을 필요한 만큼의 좌뇌적인 방식(체계화, 정형화)으로 풀어나가도록 도와준 규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RPG이 참가자들의 행동을 워게임적으로 통제한 반면, 정작 체계화가 필요한 마스터링 가이드는 제대로 체계화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빈센트 베이커 씨의 천재성이 더욱 빛납니다.



by Wishsong | 2013/10/10 18:55 | RPG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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