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레콘키스타
2012/09/01   렛츠리뷰 : <알 라산의 사자들>, 나라를 위해 우정을 희생한 두 남자의 이야기. [2]
렛츠리뷰 : <알 라산의 사자들>, 나라를 위해 우정을 희생한 두 남자의 이야기.
알 라산의 사자들 1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병무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알 라산의 사자들 2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병무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몇 년 전, 이글루스에는 책이나 IT기기를 제공받고 그에 대한 리뷰를 쓰는 "렛츠리뷰"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알 라산의 사자들>은 렛츠리뷰가 끝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리뷰를 모집한 책이지요. 그 때 운 좋게 덜컥 당첨이 되어서 끙끙 리뷰글을 작성하던 도중에 이 코너가 그대로 끝나버렸습니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쓰던 글을 내팽개쳤는데, 몇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문득 생각이 나 글을 완성해봅니다.  묵은 짐을 털어버린 느낌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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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은 눈부신 화려함으로 명성이 자자한 건축물입니다. 그 시대 건축물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알람브라 궁전은 에스파냐와 이슬람 문화가 결합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에스파냐 인들에게는 어쩌면 알람브라 궁전이 증오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의 땅을 더럽히는이교도의 궁전이자 굴욕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서 두 문화가 완벽히 융화를 했다면 좀 더 아름다운 문화가 꽃피울 수도 있었겠지만, 레콘키스타를 꿈꾸는 에스파냐의 이상가들은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알 라산의 사자들>은 레콘키스타 시절의 이베리아 반도를 모델로 한 역사 판타지 소설로, 오래 전 남쪽 사막에서 바다를 건너와 에스페라냐를 정복한 아샤르 교인들의 국가 "알 라산"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 때 절친한 친구들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려 결국 서로 싸우고 피 흘리는 비극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알 라산의 사자들>의 주인공은 다음 세 명입니다.

"아사르의 별"을 믿는, 알 라산의 외교관이자 시인, 그리고 검객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
태양신 "야드"를 믿는, 발레도의 제일가는 기사 로드리고 벨몬테.
달을 섬기는 "킨다트" 교도 여의사 예하나.

비록 아마르와 로드리고는 진실한 우정을 나누었지만, 한 쪽은 정복자의 나라를 섬기는 대신이었으며  다른 한 쪽은 “재정복”을 꿈꾸는 나라의 기사였기 때문에 결국 부딪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함께 우정을 나누고 잠시나마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라고사는 모든 이가 조화롭게 살 수 있었던 이상향이었습니다. 알 라산의 알함브라 궁전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라고사 역시 정복으로 일어난 나라일 뿐, 칼로 세워진 나라는 칼로 망한다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옛 시대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웠든, 노쇠하고 사분오열된 알 라산은  "서쪽과 북쪽의 바다까지 말을 달리고, 산맥에 올라 페리에레스를 굽어보려 하는" 젊고 활기찬 야드 교 정복자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마르와 로드리고의 마지막 결투는 단지 그 날 싸움의 승부를 좌우했을 뿐, 결과에 상관없이 역사는 야드 교도들의 알 라산 정복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가장 큰 비극은 아마르와 로드릿고 모두 이 사실을 깨닫고 있었지만 둘 다 "조국을 배반할 수 없었기에" 운명의 무대에 올라 결국 친구의 심장에 칼을 꽂게 됩니다. 

킨다트(유대교) 교도와 예하나는 이 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들입니다. 의지할 뿌리가 없는 방랑민족들은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합니다. 반면 이들은 가장 자유로운 이들이기도 합니다. 누구의 편을 들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예하나는 아마르와 로드리고, 이 두 명과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친구가 되어 그 관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십년 후 에필로그에서 보여준 예하나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갈구하던 삶이었을 것입니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채 그저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활. 물론 그들은 무대 바깥에서 알 라산의 멸망을 씁쓸하게 지켜봐야만 했지만 말이지요.

아마르와 로드리고가 서로 갈라진 후 전쟁 부분이 지나치게 빨리 전개되었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보다 더 늘렸어도 사족이었을 것입니다. 이 둘의 우정은 라고사에서 끝났고, 이제 서로에게 칼을 겨눌 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알 라산의 사자들>은 레콩키스타 시절의 이베리아 반도를 그린 역사 소설이 아니라, "우정을 나눈 친구가 결국 칼을 겨누게 되는 슬픈 비극"을 주제로 한 판타지 소설이니까요.
by Wishsong | 2012/09/01 00:27 | 내가 즐기는 것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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