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인디RPG
2014/01/21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라. 킹덤(Kingdom) [6]
2013/12/31   평온한 한 해(The Quiet Year) [7]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라. 킹덤(Kingdom)
여러분은 평원 부족입니다. 신성한 바위산을 채굴하는 백인 광부들을 쫓아낼까요?

여러분은 거대 재벌 그룹입니다. 안드로이드 노동자를 만들어 기존 노동력을 대체할까요?

킹덤은 마이크로스코프(링크 클릭)의 제작자인 벤 로빈슨이 만든 스토리게임 RPG입니다. 참가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길목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공동체가 그렇듯,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은 역풍을 맞게 되지요.



게임 구조

킹덤의 게임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참가자들은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선택지를("예" /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만든다.

2) 각 PC들은 자신의 역할을 활용하여 선택지에 영향을 미친다. 

3) 종료 조건이 만족되면 다음 결말 중 하나(또는 그 이상)가 실현된다.
- 공동체는 예/아니오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길로 나아간다.
- 공동체는 불화와 갈등으로 인해 파괴될 위기를 겪는다.
-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소강상태를 겪는다.

PC들은 다음 세 가지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첫번째.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경우 공동체가 실행할 명령을 내리고, 최종 결정 때 투표권을 행사하며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
두번째.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경우 공동체가 맞이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관측",
세번째. 현재 공동체의 민심을 대표하여 공동체가 위기에 빠지는지를 결정하는 "여론",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각 PC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서 결정에 찬성을 내릴 수도, 반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PC의 행동에 반발하여 그들의 결정을 무효화하기 위해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지요. 게임의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이 돌아갑니다. 

선택지 : 여러분은 거대 재벌 그룹입니다. 안드로이드 노동자를 만들어 기존 노동력을 대체할까요?

PC A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연구원입니다.  (역할 : 관측)
PC B는 호텔 쪽 계열사의 사장입니다. (역할 : 권력)
PC C는 비밀노조의 리더입니다. (역할 : 여론)
PC D는 엔터테인먼트 쪽 계열사의 사장입니다. (역할 : 권력)
 
PC A는 안드로이드 계획의 책임자로 이번 계획을 성공시키려고 합니다. A는 자신의 차례에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지 않는다면(NO), 그룹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라는 예측을 합니다.

PC B는 안드로이드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우리는 호텔 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무슨 안드로이드야." 그래서 자신의 차례에 명령을 내려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지 않는다면(NO), PC A에게 큰 혜택을 줄 것이다." 라는 명령을 내리고, PC A를 회유하여 A가 만들었던 예측을 순조롭게 취소합니다.

PC C는 안드로이드 노동력의 도입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거라 생각합니다. 앞의 A와 B의 분위기를 보건데 취소될 확률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분위기를 순조롭게 만듭니다.

PC D는 안드로이드 노동력이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안드로이드 모델은 인간보다 더 멋질거야." D는 자신의 차례에 '안드로이드를 개발한다면(YES), 그룹은 노조를 양성화시킬 것이다.' 라는 명령을 내려서 C를 자기편으로 끌어안고, B에게 도전해서 그의 권력을 박탈합니다. 권력에서 내쫓긴 B는 자신의 다음 역할을 '관측'으로 선택한 다음, 복수심에 불타 안드로이드를 선택할 경우 일어날 부정적인 예측을 쏟아냅니다...

이와 같이 킹덤은 PC 개인의 목표와 공동체의 미래, 다툼으로 인한 갈등과 원한 관계가 서로 뒤엉켜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협력관계였던 파트너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뒷통수를 때리는 건 기본이요, PC 자신마저도 우여곡절 끝에 입장이 뒤바뀌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리고 결국 공동체는 미래를 결정할 최종 의사 결정의 단계로, 혹은 여론의 불만으로 인한 위기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어쩌면 이도 저도 아닌 흐지부지 사건이 끝날 수도 있지요.



플레이를 해 보고

킹덤은 광고문구에서 약속한 내용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RPG였습니다. 커다란 문제를 앞두고 벌어지는 궁중의 암투나 부족 내의 갈등,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재미있게 구현한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스트플레이를 하신 분들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

다만 굳이 흠을 잡자면, 지금까지 본 스토리게임 중 킹덤은 다른 게임들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칙이 많은 편입니다(그래도 전통적인 RPG에 비해서는 간단한 편입니다). 공동체 내 의사결정을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킹덤은 그런 규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그만큼 재미가 있으니까요.





by Wishsong | 2014/01/21 14:59 | RPG | 트랙백 | 덧글(6)
평온한 한 해(The Quiet Year)

문명 몰락 이후 어느 공동체의 평온한 한 해를 다룬 RPG.

참가자들은 때로는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고, 어떤 때는 이런저런 시설물을 세우기도 하면서 어느 겨울날 "서리 몰이꾼(Frost Shepherd)"이 올 때까지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평온한 한 해>에서는 트럼프 카드(조커를 뺀 52장. 카드 한 장당 일주일을 나타낸다)를 이용해 한 주 한 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결정합니다. 각 카드에는 "매력적인 여자가 사람들을 홀린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공동체에서 진행하던 계획이 중단되었습니까. 어떤 계획이며, 왜 중단되었습니까?" 같은 질문이 있으며, 참가자들은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그 한 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와중에서 참가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착수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묻기도 하며, 공동체 내에 일어난 문제를 처리합니다. 

여기에는 성공도 실패도, 승리도 패배도 없습니다. 공동체가 번성하든 몰락하든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끝나니까요. 단지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담담하게 다룰 뿐입니다. 그 한 해가 끝나면 풍성한 이야기가 남겠지요.

<평온한 한 해>는 제가 본 RPG 중에서 '마이크로스코프', '몽쉐귀르 1244'와 더불어 가장 '스토리게임'의 모습을 갖춘 RPG입니다. GM-플레이어로 나뉘어 판정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기존 RPG와는 달리, 스토리게임은 참가자들이 모두 동등한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게임 속 이야기 조각 조각을 해석하고 서로 연결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런 게임들을 보면 TRPG라는 놀이가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덧. 이 글에서 쓴 '스토리게임'의 정의는 제 주관적 느낌입니다.

by Wishsong | 2013/12/31 10:16 | RPG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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