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증강현실
2011/08/23   전뇌코일 감상 완료. [5]
2009/06/18   Augmented Reality의 현실화. [16]
전뇌코일 감상 완료.


휴가의 끝자락에 무심코 '어디 좋은 애니 없나' 하고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전뇌코일>. 1화를 본 다음에 그대로 빠져들어서 4일만에 전 26화 시청 완료했다.

기크들이나 좋아할 법한 '증강현실'과 '전뇌공간'이라는 이슈를 이렇게 쉽고 감성적으로 풀어내다니. 지금까지 내가 본 애니 뿐만이 아니라 SF물 중에서도 이렇게 멋진 작품은 찾기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본 SF애니 중에서는 공각기동대 SAC랑 플라네테스가 최고였는데, 이제는 주저없이 전뇌코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전뇌코일이 마음에 들었던 점은 특히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사람들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SF는 기술을 앞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을 앞에 내세운다. 기술이 사람들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또는 어떤 점이 바뀌지 않는지, 나는 이 두 가지가 SF의 핵심 테마라고 생각한다.

전뇌코일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 덧씌워진 전뇌 공간에서 유희를 즐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기능은 기본이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갖가지 물건을 창조하여 마치 마법사들처럼 여러가지 신기한 일들을 벌인다. 장난감 칼과 BB탄은 전뇌공간의 무기로 바뀌었다. 다마고치 대신 전뇌 펫이라는 더욱 생생한 애완동물이 나타나 아이들의 친구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괜스레 괴롭히고, 어른들은 코웃음치는 도시괴담에 벌벌 떨고, 어른들은 모르는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서 울고 웃는다.

전뇌코일의 전반부는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작품 속 세계에 깊숙하게 끌어들인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사이의 뜬 소문, 가벼운 해프닝,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하라켄과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이사코를 통하여 전뇌 공간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 위험한 요소가 있으며, 이로 인하여 중요한 사건이 터질 것을 암시한다.

후반부는 전반부에서 쌓아온 복선과 갈등, 잠재적 위험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때의 이야기 흐름은 정말 거침없이 전개되어 한 화 한 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화에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인 '성장'과 '실존', 그리고 '관계' 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뇌공간을 단순한 유희공간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에게 전뇌공간은 엄연히 실존하는 현실이며, 그 안에서 여러가지 사건을 겪고, 관계를 맺고 풀면서 점점 성장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전뇌 코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뇌 공간'을 '인터넷'이라는 말로 바꾼다면 이는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인터넷은 현실의 확장이지, 현실과 유리된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 안에서는 인생의 모든 면을 빠른 시간 안에 겪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들 같지 않다." 라는 푸념은 인터넷에서 쓴물 단물 다 겪고 조숙해진 아이들에 대한 낯설음이 아닐까.

by Wishsong | 2011/08/23 11:42 | 내가 즐기는 것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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