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총기난사
2011/07/13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문득 든 냉소적인 생각. [10]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문득 든 냉소적인 생각.
이번에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이 단순히 자살을 택했다면 잠시 시끌시끌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해병대 편을 드는 사람들은 이야기하겠지. 그놈은 약했으니까 해병대의 강한 군기를 이기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병대는 이대로 가도 괜찮다고.

사실 김모 상병의 사건으로 해병대가 얻은 건 뉘우침이 아니라 가슴 서늘한 공포가 아닐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괴롭혀왔던 고문관이 단순한 샌드백이 아닌, 독기를 품고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두려움. 주위 환경을 못 이겨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자기 혼자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물고 늘어질 수 있다는 깨달음.

어쩌면 가해자들에게 깨우침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죄책감은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어떤 사람들은 양심이 마비되었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여 죄책감 자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형사 처벌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도 몇몇 악질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겠지. 하지만 자기가 괴롭히던 사람이 갑자기 칼을 휘둘러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 그 사람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면? 어느 쪽이 더 가해자를 뉘우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괴롭힘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자살은 가해자들에게 자살 테러를 가하는 것일까? 결론이 참 우울하다.
by Wishsong | 2011/07/13 16:08 | 세상의 일들.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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